
안녕하세요, 김재하 원장입니다.
임세원 교수님을 아시나요?
임세원 교수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성균관의과대학 교수님이셨습니다.
그리고 2018년 12월 31일, 의과대학 교수로서는 아직 젊고 왕성한 활동을 하실 47세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2018년 마지막날 오후 5시 진료 마감시간, 이전에 임세원 교수님께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양극성장애 환자 박모씨가 예약 없이 내원하였고, 통상적으로라면 진료가 가능하지 않았겠지만 환자의 사정을 생각한 교수님께서 마지막 진료로 환자를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박모씨는 진료실에서 문을 잠그고 흉기를 꺼냈습니다. 많은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엔 위급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비상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임 교수님은 옆 진료실로 이어지는 대피용 문을 통해 뛰쳐나와 간호사들에게 도망치라고 외쳤습니다. 이어서 교수님이 뒤돌아보며 다른 이들의 안전을 확인하려는 모습이 CCTV에 담겨져 있습니다. 이후 추격해온 박모씨에 의해 교수님은 중상을 입고, 곧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위험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구호조치를 다한 행동을 인정받아, 2020년 정부로부터 의사자로 인정되었습니다.
학계에 남아있는 많은 의과대학 교수님들이 진료만이 아닌 학문의 발전, 정부 정책에 방향 조언, 후학의 양성 등에 헌신하고 훌륭한 업적을 내시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임세원 교수님은 다소, 돋보이는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임 교수님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서 직장인의 마음건강을 관리하는데 여러 연구와 업적을 쌓았으며, 2011년에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자로 활동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7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군인들을 위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공군과 육군에 도입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교수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는 않았지만, 좋은 기회를 통해 교수님과 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은 제가 군의관 3년차로, 분당의 국군의무사령부라는 곳에서 개미처럼 각종 행정업무를 도맡아하던 시기였습니다. 자잘한 행정업무중 굵직한 프로젝트가 두 개 정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군 자살예방 심포지엄'입니다.
먼 길 출장나온 군 정신건강 종사자분들께 하루 온종일 훌륭한 연자분들의 강의를 제공해야하는데, 레지던트 끝나고 지방 군의관으로 2년간 유배되었던 저에겐, 연자분을 모시는게 너무 어려운 과업이었습니다. 박한 강의료 책정도 원인이 있습니다. 현업에 활동하시는 분을 연자로 모실 때에는, 그 분이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 강의를 위해 주간에 비우는 시간 기회비용이 녹아있기 때문에 웬만한 강의료로는 그 기회비용을 보전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스타강사든 일타강사든 군 내에서 외부연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강의료는 한계가 고정되어있습니다. 강의를 할수록 경제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흔쾌히 강의를 수락하고 준비해주신게 임세원 교수님이셨습니다.
심포지엄 날 인상깊은 점이 있는데요, 임세원 교수님 앞 순서에서는 군 현업에 있으신 대령님께서 강의를 맡아주셨었습니다. 차분한 어조의 신사적인 분이셔서 그런지 80% 정도의 청중은 졸거나 졸음을 참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시작된 교수님의 강의는 열정적이었고, 재미있었고,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 많은 분들이 '진짜 전문가의 강의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강의가 끝날 때, 여러 사람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가 원래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굳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시더군요.
현장에 참석하신 많은 군의관 선생님들, 상담관분들께서 그 날 행사의 담당자인 저에게 교수님의 강의자로 공유를 요청하셨었습니다. 저는 저작권이 있는 교수님께 문의를 먼저 드리겠다고 했고, 어느 순간 다른 행정일에 치여 교수님께 의향을 묻는 일을 '짬'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마지막날, 다시 교수님께 의중을 물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 무거운 빚으로 남는 일이 있죠. 저는 그 때 교수님의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지 못한게 꽤 오랫동안 그렇게으로 남아있었습니다.
2023년 현재, 저도 여러 모임, 학회, 학교 등에서 출강 요청을 받게 되곤 합니다. 그 와중 '직장인 정신건강' 이라는 주제로 강의 요청을 받았는데, 임 교수님의 강의가 먼저 생각나더군요. 메일함들을 뒤져보았고, 아직 남은 그 날의 강의자료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 또는 그 날의 강의를 들었던 분만 이해할 수 있는 슬라이드 들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굉장히 중요한 보물이고, 저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임 교수님의 그 날 강의자료를 이 게시글에 첨부해서 올립니다. 저는 아무런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가지지 않은, 임 교수님의 저작물입니다. 교수님께서 헌신하셨던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등에 전달 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많은 강의자료들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모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셔서, 다른 루트로 이를 공유합니다. 이를 제 나름으로 소화하여 강의를 할 예정이고, 조만간 다시 정리한 내용도 포스팅으로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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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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