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의 고등학생 랜디가드너, 극한 도전을 즐겼던 그는 과학박람회에 재미있는 주제로 발표 할 수 있을것 같아 얼마나 잠을 자지 않고 버틸수 있을지 도전을 시작하게 됩니다. 부모의 지지 덕에 친구 브루스 매칼리스터와 함께 수면박탈 도전을 시작한 랜디 가드너는, 코카콜라를 제외한 어떠한 각성 보조제(커피 등)도 먹지 않고 도전을 수행했습니다. 이 시기는 코카콜라에서 코카인이 원료에서 빠진 상태이므로(1929년 이후엔 코카인을 제거한 코카잎 추출물로 코카콜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유의미한 각성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랜디의 도전은 곧 매스컴에 관심을 얻게 되었고, 막바지엔 스탠퍼드 수면센터의 저명한 수면 전문의 윌리엄 디멘트 교수가 합류하여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상세한 기록들이 논문으로 발표되어 확인 가능합니다.

출처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d6855 _ William C. Dement (1928–2020)
각성 후 90시간이 넘어가며 랜디 가드너는 친구와 함께 아침길을 걸으면서도 저녁시간에 걷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경험 하였습니다. 랜디는 아침에 가장 힘들어했었다고 합니다. 몸이 기진맥진해지고, 그래서 신체활동이 줄어들면 심각한 졸음이 찾아오곤 했답니다.
4-5일이 지나자, 랜디 가드너는 깨있는 상태로 꿈을 꾸는 듯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일시간 기억상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디멘트 박사는 아마도 이 때 ‘미세 수면’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점차 짜증이 많아지고, 얼마나 잘 깨있는것 같냐는 질문에 화를 내게 됩니다. 다만 이전의 일부 사례와 같이 환청을 경험하거나, 편집증에 빠지거나, 망상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262시간 째에 디멘트 박사는 랜디 가드너에게 면밀하게 정신상태 점검을 했습니다.
사람이 각성도가 떨어지고 극도로 정신이 흐려지면 ‘지남력’이라는 부분이 망가지게 됩니다. ‘나는 지금 누구? 여긴 어디?’ 이런걸 알아차리는 능력인데, 보통 시간 지남력이 제일 먼저 무너져서 날짜나 시간을 헷갈립니다. 더 진행되면 장소 지남력이 사라져 자기가 어디있는지 왜 이 장소에 있는지 못 알아차리게 되고, 더더욱 진행되면 사람 얼굴을 못알아보게 됩니다. 피터 트립은 의사를 장의사로 착각했으니, 사람 지남력까지 완전히 망가졌었다고 봐야겠습니다.
놀랍게도 랜디가드너는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망상 없이 양호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잠깐 지루한 틈마다 극심한 졸음이 밀려오곤 했지만, 호기심을 일으키는 새로운 활동을 할 때는 정상처럼 보였습니다. 신체적으로는 피곤함, 몸이 무거움, 눈꺼풀의 타는 듯한 느낌등을 호소했으며, 손떨림, 눈이 떨리는 안구진탕, 통증 과민등을 느꼈습니다. 다만 이런 모든 증상들은, 한 번의 회복수면 이후 거의 모두 없어졌습니다.
회복수면의 뇌파가 모두 기록되었는데, 무척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사료가 없기에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 글에 남겨놓겠습니다.
눈을 감은지 2분만에 랜디가드너는 잠에 들었고, 8분만에 깊은 서파수면까지 직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뇌파의 진폭이나 모양이 일반적인 서파수면과 다르지 않았으나,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렘수면 도중에 2단계 수면에서 나오는 수면방추가 종종 섞여버려 정확한 렘수면 시간을 측정하기가 어려웠었다고 합니다. 다만 추정치는 아마 전체 수면의 27~33%가 렘수면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일주일에서 한달여 뒤 완전히 회복된 상태에서 다시 시행한 뇌파와 비교해볼 때, 수면박탈을 끝낸 직후 랜디의 뇌파는 깊은 서파수면과 렘수면의 비율이 매우 높아져있고, 총 수면시간도 높아져있습니다.

<랜디가드너의 회복수면기록, Psychiatric and EEG
Observations on a Case of
Prolonged (264 Hours) Wakefulness, GEORGE GULEVICH, MD ; WILLIAM DEMENT, MD ; AND LAVERNE JOHNSON, PhD, SAN DIEGO, CALIF>
결론적으로, 랜디 가드너는 이전의 사례에 비해 큰 부작용 없이, 11일의 수면박탈기간을 견뎠고, 이후에 후유증도 특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랜 수면박탈을 복원하기 위해 우리 몸이 깊은 수면과 렘수면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랜디 가드너를 관찰한 의료진들은, 지지적인 가족과 응원, 평소에 극한에 도전하는 랜디의 강한 품성, 동료의 존재 등 보호요인이 있어서 큰 후유증 없이 수면박탈을 버텨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Psychiatric and EEG observations on a case of prolonged (264 hours) wakefulness - G Gulevich, W Dement, L Johnson)
랜디가드너 이후에도 여러 도전이 있었지만, 랜디의 사례처럼 자세히 연구되지는 않았습니다.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출신 ‘로저 가이’에 의해 288시간의 수면박탈 기록이 달성되었는데, 그 역시 환청을 경험하며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www.cbs8.com _Roger Guy

사진출처 www.cbs8.com_Roger Guy
다만, 로저 가이의 기록 3년 후, 의외의 시도에서 이제까지의 기록을 우습게만드는 일들이 발생했는데요, ‘흔들의자 오래 앉아 있기 시합(Rocking chair marathon)이었습니다. 영국의 머린 웨스톤이라는 여성이 기록을 세웠는데요, 무려 449시간을 자지 않고 흔들의자를 흔들거렸다고 하네요. 그녀 역시 환각을 경험하긴 했으나, 아무런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1986년 캘리포니아의 로버트 맥도날드라는 사람이 453시간을 자지 않고 라킹 체어 마라톤을 하는데에 성공했고, 역시나 큰 후유증이 없었다고 합니다.
흔들의자에 대체 누가 마법이라도 부린걸까요?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기네스북을 발간하는 주최측에서는 1997년 이후로는 더 이상 자지 않고 버티기 기록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론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이지만, ‘미세수면’이라는 찰나간의 수면을 정확히 모니터링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잠깐 존다 하더라도, 관성이 있으니 흔들의자는 계속 흔들리게 되고, 기록자도 도전자도 자기가 살짝 잠이 들었는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어쩌면 랜디가드너 역시 미세수면을 경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피터 트립의 환각 역시 90분을 주기로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90분운 우리가 자연적으로 수면의 후반부에 렘수면을 경험하는 주기와 같습니다. 피터 트립 역시 렘수면이 미세수면으로 발생하며, 환각을 경험한 것일 수 있겠습니다.
(What’s the limit to how long a human can stay awake? And why we don’t monitor the recordBy Sanj AtwalPublished 17 Januar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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